현대미술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림이나 작품을 보면서 자꾸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하는데 도통 뭔지 모르겠어서 난감할 때가 아주 많습니다. 혹자는 “그냥 보고 즐겨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지 마라.”라고 하는데 위로가 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조금 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오늘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 대해 조금 공부해 봤습니다.
먼저 다다이즘(Dadais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다다이즘은 1915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발생했어요. 1차 세계대전 발발(1914~1918)로 징집을 피하기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중립국인 스위스 취리히로 모여들면서 시작되었죠. 취리히에서 시작된 다다이즘은 후일 독일을 거쳐 중부 유럽으로 전파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역사는 짧았어요. 1922년~23년 사이 전성기를 맞이하고 1924년에 불과 10년도 안 돼 사라지고 맙니다.
What? 다다이즘의 주요 개념은 무엇일까요?
다다이즘은 반이성, 반도덕, 반예술, 반문명, 반전통을 표방한 예술 사조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미술과 전통과 예술을 모두 거부하자라는 것이죠. 매우 진취적이고 혁신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Why?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이런 사조가 일어난 이유는 왜일까요?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죠. 그때까지 인류는 인간 이성이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고, 과학기술진보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부심을 갖고 있던 그 과학문명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죠. 생화학무기가 발명되고 많은 인간이 목숨을 잃고, 인간 이성이 제국주의를 통해 식민지배를 확대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에 증오와 염증, 냉소를 느낀 예술가들 사이에서 다다이즘이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다다는 모더니즘 사상의 영향을 받은 예술관입니다. 모더니즘은 기존의 리얼리즘(사실주의)과 도덕, 전통 등을 부정한 반항운동으로,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무엇이 예술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 생겨났고 다다이즘도 모더니즘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더니즘과 다다이즘은 비슷한 시기에 태동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더니즘 안에 다다이즘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더니즘과 다다이즘 모두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장르의 명확성을 규정하고자 했지만, 차이는 다다이즘이 파괴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다다이즘은 관습적 문화와 교육, 표준 등을 모두 거부하자는 주의로 허무주의와 이상주의, 반항정신 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How? 다다이즘은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까요?
다다이스트들은 이전에 시도하지 않던 예술 형태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뒤샹의 L.H.O.O.Q(수염난 모나리자)나 뒤샹의 ‘샘’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어떻게 보면 예술과 삶의 경계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전통 가치체계를 부정하고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전면적 파괴 주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의 주범을 정치인, 자본가, 부르주아 등 기득권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들에 반하는 혹은 파괴하는 예술행위를 한 것이죠. 그러다 보니 관중 혹은 대중의 예술적 참여가 급증했습니다. 즉 관람자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전시하며 “나도 예술가다.”라며 모두가 예술가가 된 것이지요.
So? 다다이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다이즘이 모든 예술 사조를 부정하는 것이다 보니 자신 또한 부정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다다이즘은 모순에 봉착한 것이죠. 다다이즘으로 다다이즘을 부정해야 하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다 보니 부정, 또는 파괴가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나 보니 다다이즘은 불과 9년이라는 생을 뒤로 하고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제 초현실주의(surrealism)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취리히에 모여있던 다다이스트들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국인 독일과 프랑스로 돌아가 다다 활동을 지속합니다. 전쟁 이후라 많은 유럽 사람들이 이에 공감했고, 따라서 유럽에서 매우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독일 작가이자 다다 창시자 격인 후고 발은 1920년대초반 뉴욕으로 건너가 거기서 미국 국적의 프랑스인 마르셀 뒤샹을 만나게 됩니다. 뒤샹과 후고 발의 시너지로 미국에서 다다이즘이 전파됩니다. 원래 다다이즘은 베를린 다다가 주를 이루었는데 이 시기 다다의 중심지는 베를린에서 파리로 이동하게 되고 파리에서 다다가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그러다 1924년 다다가 자기 모순에 빠져 사라지면서 파리의 다다가 초현실주의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초현실주의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기에 다다이즘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When?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초부터 1960년대까지로 볼 수 있습니다.
What? 초현실주의의 개념은 다다이즘의 예술 형식 파괴 운동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탐구하는 예술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현실주의도 과거의 예술 방식을 반대하지만 다다처럼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을 통해 더 나은 상태,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죠. 다다이즘과 비교해보면 지향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초현실을 추구하다 보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How?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는 초현실주의의 표현 기법을 이해하려면 가장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보면 쉽게 이애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이미지의 형태를 부조화를 통해 이미지의 충돌을 느끼게 하는 것을 의도한 것이라고 불 수 있습니다. 또한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지요.
르네 마그리트도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나 마그리트는 '전적으로 의도된' 초현실 주의 화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와 대상물 사이의 관계에 질문을 던지면서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달리의 바닷가재와 전화기는 초현실주의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알아야 할 기법 중의 하나가 데페이지망 기법이 쓰인 작품입니다. 데페이즈망은 물체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어울리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을 말합니다. 바로 이 작품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물체가 서로 같이 있죠.
이런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표현된 작품으로는 '수술대 위의 재봉틀과 양산'도 있습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지향점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이었죠.
초현실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앙드레 브르통입니다. 앙드레 브르통은 의학도이자프랑스 시인으로 초현실주의의 주창자입니다. 그는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했는데요, 그가 사전적 의미로 정의한 ‘초현실주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초현실주의. 남성명사. 수순한 심리적 자동기술( 오토마티즘 automatisme)로서, 이를 통해 말로든 글로든, 그 외 어떤 방식으로든, 사유의 실제 작용을 표현한 것. 이성에 의한 모든 통제가 부재하는,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난 , 사유의 받아쓰기.’
브르통은 피카소의 ‘등나무 의자가 있는 정물’을 자동기술법에 의해 탄생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아무런 순서 없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아무렇게 갖다 붙였다는 것인데요, 어떤 의도 없이, 미술적 구도도 무시한 이것이 미술에서의 자동기술법이라고 한 것입니다. 피카소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특정한 의식이나 의도 없이 무의식의 세계에서 발현되는 이미지를 그대로 붙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다음은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 또는 '이미지의 반역'이라는 작품인데요. 그 아래 '이건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이 작품은 마그리트가 기표와 기의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 한 것으로, 언어학자 소쉬르는 기표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기의는 의미를 만하는데, 기표와 기의는 관계는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다라고 말했죠. 기표는 파이프라는 이름이고 기의는 파이프가 가진 의미로, 이 둘의 관계는 학습에 의해 서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크 데리다는 기표와 기의 관계의 해체를 주장했습니다. 기의는 계속 바뀐다는 것이죠. 객관화되고 고정된 기의는 없다는 것입니다. 좀 어렵지만 파이브의 이미지가 누구에게는 파이프로 누구에게는 신발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것이죠…..^^;;
Final 그럼 마지막으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다다이즘은 기존의 것을 부정했지만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존의 일상 사물(오브제)을 가져와 작가가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지요. (오브제와 관련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grim-grim-like.tistory.com/5
'뒤샹의 샘' 등을 통해 본 '오브제'란 무엇인가? feat. <원작 없는 그림들>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직접 본 분들도 계실 텐데요... 사실 저는 실물 영접은 하지 못했지만 얘기는 많이 많이 들어봤어요. 하지만 다다이즘이니 오브제니 하는 개념도 잘 모르고 그냥 '유명
grim-grim-like.tistory.com
이에 비해 초현실주의는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겠다는 지향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파괴보다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다양한 오브제뿐만 아니라 회화를 통해서도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Wrap up 어떠셨나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조금 공부해 보니 앞으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작품을 접하면 다다인가 초현실인가를 구분하는 연습도 해보고 왜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이해하는데 답답함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런 예술을 추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해도 늘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